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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남도 없고 죽음도 없다

「에너지는 저절로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며, 다만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옮겨 갈 뿐이다.」

Thom 2026년 9월 5일 4 분 읽기 마음챙김

이 글은 Thom이 할머니를 기리며 페이스북에 연재한 100편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늘은 잎이 철 따라 색을 바꾸는 이야기를 담은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잎에는 엽록소 말고도 카로티노이드가 들어 있습니다. 붉은빛에서 주황, 노랑에 이르는 색소들이지요. 이 색소들은 광합성을 돕고 잎 속의 구조를 지켜 줍니다. 자라는 철에는 엽록소가 있어서 카로티노이드가 가려집니다. 가을이 되어 해가 짧고 밤이 길어져 광합성할 시간이 적어지면, 엽록소가 분해되고 새로 채워지지 않으면서 카로티노이드가 비로소 맨눈에 보이게 됩니다. 카로티노이드는 내내 거기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이 있다는 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지요.


자연의 모든 이치에서 사람도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인 쩐 당 코아(Trần Đăng Khoa)가 틱낫한 스님에 대해 쓴 한 대목입니다. 제가 스님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처음 읽은 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떠난 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나는 틱낫한 선사의 풀이가 참 좋다. 스님은 빗방울 하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빗방울이 돌판 위에 떨어진다. 우리는 그 물방울을 또렷이 본다. 반짝반짝 빛난다. 그러다 갈색 점처럼 차츰 짙어진다. 잠깐 눈을 붙였다가 돌아보면, 이제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다, 빗방울이 죽었다고. 땅에서 사라져 버렸다고. 그러나 아니다! 빗방울은 죽지 않았다.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것은 여전히 있다. 다만 다른 모습으로 있을 뿐이다. 그것은 우리 머리 위를 덮어 주는 구름이 되었다. 그리고 구름에서 다시 비가 되어, 온 땅을 시원하게 적신다.
「이와 꼭 같이,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부모님은 없어진 것이 아니다. 부모님은 여전히 계신다, 다만 다른 모습으로 계실 뿐이다. 부모님은 언제나 우리 안에,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 안에 계신다. 유전자 검사를 할 것도 없이, 거울 앞에 서 보기만 하면 된다. 우리 얼굴 뒤로 부모님의 얼굴,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 그보다 더 멀리 증조부모와 조상들의 얼굴이 어른거린다. 조상은 언제나 바로 우리 안에 계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어떻게 닦아야 우리 얼굴이 늘 환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우리 얼굴이 환하고 아름다우면, 우리 마음이 환하고 아름다우면, 부모님과 조부모와 조상의 얼굴도 환하고 아름다워진다.
「여기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깊은 일이다!」

할머니 댁의 늙은 대추나무 우듬지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모습. 껍질이 거칠게 갈라진 나뭇가지들이 흰 하늘을 배경으로 서로 엇갈려 있고, 잎은 성글게 남아 더러는 아직 푸르고 더러는 노랗게 물들었다
할머니 댁의 대추나무를 2016년에 찍은 사진입니다. 백 년에 가깝거나 그보다 오래된 나무입니다.

기억해 두세요 — 며칠 뒤에 다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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